재회타로 보고 바로 연락 안 한 이유
장사 끝나고 새벽에 가게 정리하다가 재회타로를 봤습니다. 32 카페 운영중인 남자인데, 이런 거 본다고 하면 친구들이 좀 웃을 것 같아서 말은 안 했어요. 근데 웃기든 말든 그날은 그냥 봐야겠더라고요. 마감하고 컵 씻고, 바닥 닦고, 불 하나만 켜둔 상태에서 전 사람 프로필을 또 보고 있었습니다. 작년에 헤어졌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는 게 좀 어이없었어요.
처음 질문은 되게 단순했습니다. “연락 올까요?” 이거 하나. 쓰고 나니까 너무 구질구질해서 지웠다가 다시 썼습니다. 결국 “내가 먼저 연락하면 후회할까요”로 바꿨어요. 사실 답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. 연락하고 싶긴 한데, 또 같은 얘기 하다가 끝날까 봐 무서웠던 거죠.
재회타로에서 제일 거슬렸던 말
카드 해석 중에 제일 거슬렸던 건 상대 마음 얘기가 아니었습니다. “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있는데, 그 감정이 관계를 다시 시작할 준비와 같은 건 아니다” 비슷한 문장이었어요. 좋은 말은 아닌데 이상하게 맞았습니다. 저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건지, 그냥 그때의 저를 회수하고 싶은 건지 구분이 안 됐거든요.
가게 하다 보면 손님 앞에서는 멀쩡한 척을 해야 합니다. “네, 감사합니다” 하고 웃고, 혼자 남으면 갑자기 조용해져요. 그 조용한 시간에 생각이 몰립니다. 전 사람한테 못했던 말, 괜히 세게 말했던 날, 마지막에 자존심 세운 것까지 한 번에 올라옵니다. 그래서 재회타로를 본 것도 사실 운세가 궁금해서라기보다 그 생각을 좀 끊고 싶어서였습니다.
유어사주 타로가 덜 부담스러웠던 점
제가 본 건 유어사주 세라님 타로였고, 카드 3장으로 흐름을 봤습니다. 전화로 누군가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부담스러웠는데, 텍스트로 질문 적는 건 그나마 괜찮았습니다. “상대가 돌아온다” 같은 말만 기대했으면 실망했을 수도 있는데, 오히려 지금 제가 어떤 상태인지 먼저 짚어줘서 멈칫했습니다.
특히 좋았던 건 확정적으로 겁주지 않는 점이었어요. “끝입니다”, “무조건 연락하세요” 이런 식이면 안 믿었을 것 같습니다. 대신 지금 연락하면 또 같은 지점에서 감정이 커질 수 있다는 식으로 나와서, 휴대폰을 내려놓게 됐습니다. 이상하게 그게 더 현실적이었어요.
그래서 그날은 안 보냈습니다
결론부터 말하면 그날은 연락 안 했습니다. 메시지 창까지 열었다가 닫았어요. 대신 메모장에 보낼 말을 적어봤습니다. “잘 지내?” 한 줄 쓰는데도 마음이 너무 별로더라고요. 답장을 기다리는 제 모습이 벌써 보여서 그냥 저장만 해뒀습니다. 내가 이 정도로 흔들리면 아직 보내면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.
다음 날 아침에 보니까 밤에 쓴 문장이 좀 민망했습니다 ㅋㅋ 그래도 안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재회운이 없다는 뜻은 아니고, 적어도 제가 술기운도 아닌 새벽 감정으로 움직일 상태는 아니었다는 뜻입니다.
재회타로는 답보다 브레이크에 가까웠어요
예전에는 재회타로를 보면 “된다/안 된다”만 보고 싶었습니다.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. 제가 연락을 하고 싶은 이유가 외로움인지, 미련인지, 진짜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인지 구분하는 시간이 됐어요. 이걸 누가 옆에서 말했으면 괜히 방어했을 텐데, 글로 보니까 덜 화가 났습니다.
재회타로를 볼 거면 질문을 너무 크게 잡지 않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. “돌아올까요”보다 “지금 연락하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”가 저한테는 더 맞았어요. 아직도 마음이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닙니다. 근데 그날 새벽에 바로 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, 저는 꽤 큰 사고 하나는 피한 느낌입니다.